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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상 심사평
미술비평가 안소연
제9회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상에는 범진용이 선정되었으며, 우수작가상은 윤여선과 이설이 함께 수상했다. 올해는 총 204명이 공모를 해 예선심사를 통해 10명에게 본선심사의 기회가 주어졌으며, 이 중 3명을 선정하여 실작품 심사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결정했다. 본선심사에 오른 10명의 작가들의 경우 어느 때보다 회화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대부분 현실의 무심한 풍경이나 인물들을 소재로 하여 각각 회화적 표현을 탐구하려고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포트폴리오 본선 심사에서는 작품 이미지와 작품 설명 등 공모 조건에 맞춰 작가가 제출한 자료들을 최대한 긴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작가의 작업 태도와 조형 의식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체화되었으며 그 미적 당위성에 대해 비평적 접근이 가능한지를 깊이 있게 살피고자 했다.

범진용은 아무런 수식 없이 똑같은 제목을 가진 <풍경> 연작을 출품했다. 작품 설명에서도 동일한 말을 계속 되풀이하듯, “버려진 공간에 징그러울 정도로 생명력을 뿜어내며 자라는 잡풀들을 표현했다”고 써놓았다. 진부한 그림 소재로서의 풍경과 그것을 명명하는 공허한 언어가 도리어 그의 작업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여타의 맥락들을 모두 지우고 단지 회화적 효과에 크게 집중시킨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렇듯 극단적으로 서사를 배제하는 듯한 회화적 표현 방법으로의 몰입이 매우 진지하게 느껴져 앞으로의 행보와 성취도 기대하면서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윤여선 역시 일련의 연작을 출품하였는데, 제목은 <죽음의 바다>로 회화와 설치에 기반하고 있다. 바다 풍경에서 얻은 이미지들을 재현과 추상의 간극을 오가며 표현했고, 이는 영상 설치에서도 마찬가지로 다뤄진 듯 보였다. 풍경을 사유하듯, 그는 그것을 통해 얻어낸 이미지를 경험하고 사유하는 방식을 개념화하고 있다. 작업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워 거시적인 개념(죽음, 노마드)과 미시적인 대상(바다) 사이의 긴밀한 연결점이 자꾸 끊기는 듯해 다소 아쉬웠다.

이설의 작업은 포트폴리오에서의 작품 이미지와 실제 작품 사이의 격차가 사실 꽤 컸다. 장지에 과슈로 제작한 매체의 특성 때문인지, 특정 장소의 풍경을 기록하듯 그린 그림에서 재현적인 효과가 큰 것에 비해 회화적 표현력이 대상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점을 찾기는 조금 부족해 보였다. 다시 말해, 회화의 대상을 관찰하고 포착하는 시각이 강한데 비해, 매체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보다 고민과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이상으로 제9회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상에 대한 짧은 심사평을 마치면서, 수상 작가 모두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