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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상 심사평
박천남(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장)
전체적으로 동시대 현실이슈에 대한 젊은 고민과 모색이 두드러진 수작들이 많았다. 적극적인, 다소 공격적인 작업으로부터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전적 삶의 호흡과 제작충동을 만날 수 있었다. 각자 살아내고 있는 당대 현실과 미래적 삶의 지형이 녹록하지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

평면, 특히 회화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른바 한국화, 조각 등의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입체, 설치, 영상 등의 작업은 부피는 컸으나 의욕이 앞선 느낌이다. 관객, 수용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보다 치밀하고 정교한 소통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런저런 자극적인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 온라인은 물론 도처에서 흔히 접하는 쨍한 느낌의 꾸며낸 듯 건조한 구조보다는 손의 느낌과 힘이 살아 있는, 당대 삶의 심리적/물리적 지형을 촉촉하고 힘 있게 삼투한 의미구조에 점수를 주었다.

미술상 수상자 오새미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과 그 사이에서 경험하는 인간의 갈등구조, 구원과 진리를 갈구하는 피조물의 숙명적 처연함을 풍부한 회화적 화법으로 풀어냈다. 자연과 인공이 역설적으로 만나고 충돌, 공존하는 현재적/미래적 양태를 강조한 최은정,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배태한 심상과 망막에 투영된 현실이미지를 중첩시키면서 회화의 개연성과 필연성을 절묘한 편집풍경으로 풀어낸 안태기를 우수작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인간 내면 반응과 심리구조를 독특한 어법으로 풀어낸 김선하의 애니메이션, 산업현장에서의 재해사고, SNS 시대 소통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 등을 자신의 경험구조를 통해 고해하듯 지적한 로한의 작업 등이 기억에 남는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


김종길(미술평론가,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
올해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상 수상자는 오새미 작가로 선정하였다. 더불어 우수작가상에는 안태기 작가와 최은정 작가를 선정하였다.

오새미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초현실이 뒤섞인 회화적 세계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마치 세기말적인 풍경과도 같아서 예측 불가능한 속도의 미래와, 어떤 상실에 따른 공포의 순간들을 핍진하게 묘사해서 보여준다. 강렬한 색채의 대비, 대상이 드러내는 심리적 풍경, 속도감에서 오는 청각적 효과는 그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매우 탁월한 장치들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 마성에 빠져들게 하는 회화적 힘이 있다. 또한 예지적 상황으로 몰고 가는 동물과 나무와 아이와 날개와 가시와 피와 웃음과 손짓과 터널의 ‘대상체’는 파괴적 숭고미를 드러내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안태기와 최은정 작가는 회화적 질료가 형성할 수 있는 우연성과 구조주의적 측면을 실험하고 있어 돋보인다. 물론 이런 실험은 회화가 탄생한 이래 아주 오랜 세월동안 지속되었던 미학적 개념이긴 한데, 그들의 작품이 다른 것들과의 변별성을 획득하는 것은 작가적 자율성이 보여주는 독자한 창조성이다.

안태기의 작품은 그가 그리려는 것과 보여주려는 세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는 듯하다. 때때로 그것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출몰하는 ‘거울’과 같다. 일종의 거울보기로서의 ‘거울신화’일 터인데, 그는 그 거울에 투영된 세계를 안으로부터 길어 올림으로써 이 세계의 낯선 풍경들과 대비시킨다. 비경은 그 안에 있었던 것.

최은정의 작품은 세계의 구조에 대한 미학적 탐색으로 보인다. 자연은 ‘거대한 질서’를 가지고 있는데 그 질서는 카오스모스와 같은 것이어서 혼돈과 혼돈 속 질서의 양면을 둘 다 가진다. 자연의 얼굴은 늘 변화무쌍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지만, 내재적으로는 완벽한 질서를 가졌다. 그런데 그의 작품은 그런 양면성의 미학만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안팎에서 개입하는 인위적 질서에 대해서도 묻고 있다.

올해의 수상자들은 작품의 질적 수준이 매우 높다. 그들이 담고자한 미학적 메시지도 작지 않다. 이들의 현재에서 한국미술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미술상이 형성하고 있는 권위이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도 작가의 창의성만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미술상으로서 지속적인 지원을 바란다.